2016-08-06 ~ 2016-08-27

곽인식(1919-1988) 일본 도쿄 일본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 하였지만 일본 미술의 흐름에서 벗어나 입체, 오브제 등 공간 전체에 걸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아방가르드적 미술을 펼치며 모노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무, 쇠, 유리 등의 물성에 대한 관심을 회화에 반영하는 작업으로 당대 단색화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가이다. 그는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일본 종이 화지(和紙)에 작은 타원형으로 단순화시킨 일정 형태의 맑고 투명한 색상 이미지를 동양적 신비감의 평면 회화에 창출해냈으며. 나아가 1980년대 중반부터 채묵(彩墨)과 청묵(靑墨)을 사용해 일정한 크기의 둥근 형상의 원형 또는 계란형의 타원으로 이루어진 점 획들이 보여주며 때로는 어느 부분을 여백으로 남기면서 한 부위에 집중되는가 하면, 화면 전체를 덮는 단색 혹은 다색의 올오버(allover) 구성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맑고 투명한 이미지의 중첩을 평면 회화에 표현해 색 점들의 집합을 감성적으로 표현하였다.



윤명로(1936-)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재학 중일 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차지한 그는 그 직후 ‘1960년 미술가협회’ 결성을 주도해, 덕수궁 돌담길 에서 한국 최초의 야외 전시회를 열었다. 국전이 예술을 세속적으로 서열화하면서 세계의 흐름은 외면하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때부터 추상화에 몰입한 그는 제3회 파리비엔날레에 작품이 출품돼 세계 미술계의 중심부에 진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맑은 물도 고여 있으면 썩는다’고 믿는 그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의 깊고도 긴 사유, 끊임없는 도전, 실험, 변화의 흔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그 중 단색조회화전에서 만나볼 작품은 1970 년대 작품으로서 엄격한 화면구성과 청회색 같은 단색조로 ‘자’ 재료가 화면 위에서 비정형적으로 갈라지는 우연성 효과를 활용한 연작 ’균열’로 새로운 형식의 작품세계가 보여지는 연작이다.



최명영(1941-) 홍익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63년 오리진협회 창립전으로 데뷔한 이래 50여년 꾸준히 단색 평면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오고 있다. 캔버스에 손가락으로 유화 물감을 찍던 1970년대와 달리, 1980년대에는 송곳으로 찍은 한지를 먹으로 물들이거나 캔버스에 롤러로 유화물감을 칠하고 테두리에 뭉친 질감을 드러냈는데 이번 전시에서 1980년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자기 성찰적 작업 방식을 통해 시간과 순간의 감정이 함께하고 작품에 예술적 통찰과 개념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작업으로 표면의 질척대는 듯한 질감과 테두리에 뭉친 덩어리가 인상적이다. 그가 몰두했던 '조선백자의 색'으로 채운 작품을 보고 한 백인 교수가 물었다. "그림 모서리에 뭉친 것이 물질인가요?" "아니오. 물질이 정신화되는 과정이죠." 이해하지 못한 듯 다음날도 그 외국인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작가의 선배 이우환은 "서양인이라면 물질만으로 정신화된다는 생각을 못 하지"하며 웃었다. 선문답 같지만 작가가 소위 '동양적인 것'을 설명할 때 자주 꺼내는 이야기다.



정창섭(1927-2011)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1953년 국전에서 특선하여 화단에 등단 후 앵포르멜에서 시작하여 모노크롬을 거쳐 닥을 이용한 <닥>시리즈, <묵고>연작 등으로 한국 고유의 전통적 울림을 내포한 작품을 통해 닥의 작가라고 불리우는 작가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닥의 작가'가 되기까지 '닥'은 그에게 ‘그리는’ 수단이 아니었다. 탐닉의 대상이었다. 물에 불려진 시간에 따라 명도와 채도가 변화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색감이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끝없이 탐구했다. 물에 젖어 걸쭉해진 종이가 완전히 그 힘을 상실했을 때 작가는 비로소 ‘닥’이 가지는 물상 그 자체의 특성을 확보하게 된다고 한다.



박서보(1931-)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학장을 지내며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과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은관문화훈장을 비롯하여, 옥관문화훈장, 국민훈장 석류장 등을 수상한 박서보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류열품을 일으킨 단색화의 선두주자로 '한국 현대미술의 살아 있는 역사'라 칭하여진다. 2015년 영국 최고의 화랑인 런던 화이트큐브에서 한국인 최초로 개인전을 열고 한국을 넘어 세계 속의 작가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의 작업흐름을 보면 195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출발하였던 앵포르멜 운동에 앞장을 섰으며, 추상 화풍을 소개하며 모더니즘의 출발을 알렸다. 이를 바탕으로 1957년 현대미현 전에서 <원형질> 시리즈로 대중들의 관심을 얻기시작해 1960년대 중반 이후로는 <허상> 연작을 통해 현대인의 번잡스러운 형상을 다루었으며, <유전질> 시리즈를 거쳐,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단색화의 시작과 <묘법> 으로 이어지는 궤적을 그렸다.



윤형근(1928-2007) 홍익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그 이후 1976년 도쿄 무라마쓰 화랑에서 첫개인전을 가지며 일본 현대미술계에 얼굴을 알린뒤 파리에 체류하며 하늘을 뜻하는 청색(Blue)과 땅을 의미하는 암갈색(Umber)으로 추상화 `다색(Burnt Umber)`을 그렸다. 미국 미니멀리즘 미술가이자 이론가인 도널드 저드(1928-1994)는 구조적이고 담백한 그의 작품을 극찬하고 뉴욕 도널드저드재단에서 개인전을 주선하였으며 1995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첫 개관 때 한국관 작가 중 한 명으로 참여하였다. 윤형근 작가의 검은 청색과 다갈색을 기조로 한 절제의 미학은 작가만의 특징이다 면이나 마포, 한지에 오일이 번지는 효과는 동양화의 영향으로 검은 기둥이 강직한 선비 같기도 하고 우직한 고목이나 서까래, 옹기를 연상시킨다. 이렇게 작품 색채와 형태가 단순하지만 테러빈유를 섞은 엄버액을 붓에 듬뿍 머금게 한 뒤 몇 획을 린넨 화폭에 무심하게 그어 내려가는 중에 안료가 스며들고 다시 배어 나오기를 반복하는 것이 붓질과 지지체가 일체화한 흔적을 남기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